한양대학교구리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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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학교의료원 의료진의 ‘喜怒哀樂’.
의사로 살아가는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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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넓은 시야로 더 많은 환자 눈 밝힐게요!” - 성민철 안과 교수

무게 7g, 지름 2.4cm에 불과한 눈은 인간이 외부로부터 얻는 정보의 70% 이상을 받아들이는 중요한 신체기관이다. 성민철 교수 역시 눈동자를 통해 우주를 본다. 눈앞의 질환을 넘어 삶의 질까지 내다보는 그녀는 “믿고 찾아와 ‘온 세상’을 맡긴 환자들에게 빛을 보여주는 게 안과 의사의 소임”이라는 말로 입을 열었다.

성민철 한양대학교구리병원 안과 교수

글. 윤진아 사진. 김지원

눈동자를 통해 우주를 보다

두 눈을 크게 뜨고 환자의 눈을 바라보며 또박또박 이야기한다. 누구든 성민철 교수와 마주앉아 대화를 나누다 보면 금세 진정성을 느끼게 되는 이유다. 그녀는 의사다. 그리고 더 환한 세상을 열고자 하는 사명감을 지닌 사람이다. 알기 쉽게 설명하고 명확하게 치료방향을 잡아주는 성민철 교수는 환자들 사이에서 최고의 주치의로 통한다.

“저도 어릴 때부터 눈이 나빴어요. 고도근시라서 늘 안경을 끼고 살아온 터라 눈 나쁜 사람의 고충을 누구보다도 잘 알죠(웃음). 혹시라도 눈이 안 보이게 되는 건 아닌지 두려움을 안고 찾아온 환자들이 안심하고 진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배려하려고 노력합니다.”

눈은 세밀하고 민감한 장기라서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 더 넓은 시야로 더 많은 환자의 눈을 밝힐 기반을 만들겠노라는 성민철 교수의 약속은, 진심이다.

“얼마 전, 한 어르신이 황망한 얼굴로 내원하셨어요. 녹내장으로 시신경이 모두 망가져 동네 병원에선 더 이상 손쓸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눈 속이 엉망이긴 했지만, 제가 봤을 땐 치료를 포기할 단계는 아니었어요. 조금이라도 시력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면 당장 수술을 해야 한다고 환자와 보호자를 설득했지요. 어려운 수술이었지만 성공적으로 이루어졌고, 사실상 실명을 선고 받았던 양쪽 눈 모두에서 만족스러울 만큼의 시력이 나왔어요.”

마지막 문 앞에 선 환자에게 한 번의 기회를 더 줄 수 있었다는 보람은 성민철 교수에게도 더할 나위 없는 원동력이 되어주고 있다.

“치료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하고 수술을 권유해도 지리적, 경제적인 이유로 내원을 미루는 환자들이 많아요. 잘 안 보이는데도 이만하면 잘 보인다고 믿고 지내다가 수술 후에 진짜 잘 보이게 되면 새로운 세상을 만난 듯 감격해 하시죠. 미루고 미루다 실명 목전이나 실명 후에 찾아오면, 의사로서 돕고 싶어도 더 이상 해드릴 수 있는 게 없어요. 안타까움을 넘어 화가 나는 케이스죠. 제때 치료를 시작했다면 시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분들이 있거든요. 삶이 바쁘고 두렵더라도, 돌이킬 수 없어지기 전에 소중한 눈을 지키셨으면 좋겠어요.”

성민철 한양대학교구리병원 안과 교수 성민철 한양대학교구리병원 안과 교수

눈을 통해 환자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주치의

성민철 한양대학교구리병원 안과 교수시기만 다를 뿐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게 안질환이다. 모든 약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여 녹내장 진단을 받고도 이렇다 할 치료를 할 수 없었던 30대 환자는 동아줄을 붙잡는 심정으로 성민철 교수를 찾아와 얼마 전 수술을 받았다. 경과를 더 지켜봐야겠지만, 수술 결과는 희망적이다. 이제 약물 부작용 걱정 없이 창창한 앞날을 눈앞에 둔 환자 곁에서, 성민철 교수도 모처럼 환한 웃음을 보였다.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는 중차대한 일이기에 고된 만큼 보람을 느낀다. 선천성 녹내장으로 중학생 때 처음 내원했던 아이는 이제 고3 청소년이 됐다. 처음 전원 당시부터 수술경력이 꽤 있었던 아이는 평생을 두고 성민철 교수와 함께 안압을 조절해나가며 눈 건강을 관리해야 한다.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노인성 안질환 환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그중 백내장은 우리나라 65세 이상 성인 유병률이 88%에 달한다. 한 번 혼탁해진 수정체는 자연적으로 치유되지 않는다.

물체가 희미하고 뿌옇게 보이거나 사물의 경계가 뚜렷하게 구별되지 않는 백내장은 수정체를 인공 수정체로 갈아 끼우는 비교적 간단한 수술로 해결할 수 있지만, 단순한 노화 현상이라 치부해 치료시기를 놓치면 합병증을 유발하기 쉽다. 특히 녹내장으로 발전하면 시신경 손상으로 인해 눈 회복을 평생 동안 기대할 수 없다. 시야가 점차 좁아지다 끝내 실명에 이르는 녹내장은 증상이 오랫동안 야금야금 진행되기 때문에 악화 될 때까지 알아채지 못한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어르신들 사이에서는 ‘녹내장이나 백내장은 치료가 불가능하다’, ‘수술은 끝까지 버티다가 가장 마지막에 받는 편이 낫다’는 인식이 퍼져있는 것 같아요. 안과 의학과 수술기법이 발전하면서 최근에는 레이저를 이용한 수술을 시행하고 예후도 좋아지고 있어요. 적절한 약물과 레이저 치료, 수술 등으로 안압을 조절하면 시신경 손상이나 시야 감소를 최소화해 즐거운 삶을 보다 오래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의술 그리고 인술로 실명 위기 걷어낸다

성민철 교수는 2008년 한양대학교구리병원에 합류했다. 지난 해부터는 한양대학교구리병원 안과 과장을 맡고 있다.

“한양대학교구리병원은 매년 봄, 가을 2회에 걸쳐 ‘안과 개원의 연수 강좌’와 ‘건강강좌’를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안과 질환에 대한 최신 지견을 나누며 유용한 정보를 공유하는 장을 만들고 있지요. 개원의 선생님들의 적극적인 성원과 관심에 힘입어 지난 5월에는 어느덧 24번째 연수강좌를 개최했네요. 대학 병원의 최신 임상경험을 공유함으로써 1차 의료현장의 진료 및 치료에도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지금 우리는 역사상 가장 눈을 혹사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온종일 컴퓨터로 일하고, 집에서는 TV를 보며,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지 않는다. 눈 뜨고 있는 시간에는 계속 눈을 혹사하는 셈이다. 미세먼지와 자외선, 각종 바이러스성 감염으로 안과를 찾는 사람은 점점 늘고 있다.

“자외선 중 UVB에 많이 노출되면 백내장을 비롯한 여러 안과 질병이 생길 수 있으니, 외출할 땐 선글라스나 자외선 차단효과가 있는 보안경을 쓰길 권합니다. 제가 안과의사로 살면서 절실하게 체감한 건 ‘몸이 천 냥이면 눈은 구백 냥’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란 거예요. 눈은 장기 중 유일하게 점막이 밖으로 노출된 기관이라서 외부 자극에 민감합니다. 눈은 한 번 망가지면 원래 상태로 회복할 수 없으니, 나빠지기 전에 눈 건강을 지키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이상증세가 나타나면 심각한 안 질환의 전조증상일 수도 있으니 즉시 진료받으세요. 만 40세부터는 특별한 이상이 없더라도 1년에 한 번은 정밀검진을 받으셔서 아름다운 세상을 더 선명하게, 더 오래 보시길 바랍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던 성민철 교수의 두 눈이 반짝였다. 그녀의 눈빛은 말로 다하지 못한 걱정과 밝은 세상을 염원하는 진심이 묘하게 뒤섞인 채 빛났다.

2018.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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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 #녹내장 , #백내장 , #인공수정체 , #안질환 , #시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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