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학교구리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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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살리는 ‘숨’에 귀 기울이다. 문지용 호흡기내과 교수

종종 사람들은 ‘숨’을 ‘생명’에 비유한다. 삶에 마침표를 찍는 순간, 한 사람의 호흡도 멈춰 버리므로. 생사가 오가는 의료 현장 속에도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중에도 호흡은 계속된다. 그렇기에 호흡기내과는 삶을 넘어 삶의 질까지 고민한다. 문지용 교수는 우리 삶 모든 순간 속의 환자 들을 만나고 있다.

글. 정라희 사진. 강권신

생명을 살리는 ‘숨’에 귀 기울이다. 문지용 한양대학교구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환자들의 고통에 온전히 공감하기에

타인의 고통을 이해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이따금 멀게만 느껴졌던 마음의 거리가 좁혀지는 기분을 느낄 때가 있다. 바로 같은 경험을 공유했을 때다. 문지용 교수가 진로를 결정할 때 호흡기내과를 첫손에 꼽았던 것도 그 때문이다. 사실 그는 어린 시절 소아천식을 앓은 경험이 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도 전에 맞닥뜨린 질환의 벽. 얼마 간은 입원해야 했을 만큼 증상도 다소 중한 편이었다.

“천식의 특징은 증상이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반복한다는 거예요. 호흡 곤란이 일어나면 제대로 숨을 쉬기 힘들죠. 치명적인 질환은 아니지만, 숨이 잘 안 쉬어질 때의 공포감은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상상하지 못할 겁니다.”

소아천식의 경우, 절반 정도의 환자는 성장하면서 증상이 상당 부분 좋아진다. 문지용 교수 역시 지금은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다. 당시 경험은 환자들의 고통을 이해하는 자양분이 됐다. 천식은 그의 주요 전문 분야 중 하나다.

“의과대학에 다니면서 ‘앞으로 어떤 의사가 될 것인가’하는 진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어린 시절 경험도 상당 부분 영향을 미쳤지만, 호흡기에도 관심이 있었습니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사람이 숨을 쉬지 않을 때 유명을 달리했다고 생각 하잖아요. 실제로 병원에서 가장 마지막 순간에 찾는 곳이 바로 호흡기내과입니다. 그런 점에서 호흡기내과의 중요성을 느꼈죠.”

병원의 최종 수비수 역할의 진료과, 2015년 메르스 사태 때도 최전선에서 움직인 사람들이 바로 호흡기내과 의사였다. 물론 현재 그의 전문 분야와는 차이가 있지만, 눈에 띄지 않는 음지에서 맹활약하는 호흡기내과 의사들의 고충을 이해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

나빠지지 않게, 더 나아질 수 있게

호흡기내과는 숨을 쉬는 기관지와 폐 그리고 해당 장기에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질환을 진료하고 연구하는 곳이다. 그중 문지용 교수가 가장 집중하고 있는 질환은 일명 ‘만성폐쇄성폐질환’이라고 일컫는 COPD(Chronic Obstructive Pulmonary Disease)다. 천식과 유사하게 호흡곤란과 기침, 가래 등의 기도 질환 증상이 나타나지만 자칫하면 폐 기능을 약화시켜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생명을 살리는 ‘숨’에 귀 기울이다. 문지용 한양대학교구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병명부터 낯설고 어려워 다른 사람 일로 여기고 관심이 없을 수 있어요. 그런데 COPD는 전 세계 사망원인 중 4위를 차지하는 질환입니다. 고령화로 노령인구가 많아지며 COPD 환자 역시 늘고 있습니다.”

COPD의 주요 위험인자는 흡연. 오늘날 노령인구는 과거부터 흡연해온 경우가 많은 데다 흡연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도 낮아 증상이 나타나도 병을 간과하는 사례가 많다. 비흡연자라고 해도 안심하기는 이르다. 대기오염 등 폐 기능을 떨어트리는 외부 요인들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숨이 차면 ‘나이가 들어서 그렇다’고 생각하고 병원을 찾지 않아요. 게다가 폐 기능 검사는 건강검진 항목에 포함되어 있지 않고요. 견딜 만하다는 이유로 진단과 치료를 미루다 갑자기 증상이 악화되기도 합니다.”

가장 중요한 사항은 ‘금연’이다. 때문에 진료실에서 그는 자주 잔소리꾼이 된다. “담배를 끊어야 합니다”, “운동을 해야해요” 같은 당연한 조언도 반복한다. 환자가 듣기 좋은 말은 아닐지라도, 환자들이 건강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대학병원에 있는 만큼 연구를 미룰 수는 없기에 2017년 8월부터 2018년 8월까지는 캐나다 밴쿠버에서 연수를 받았다. UBC 산하 연구소에 있으면서 COPD와 관련한 진료 상황과 진료 조건 등을 탐구할 기회를 가진 것으로 당시 경험은 연구의 견문을 넓혀주는 계기가 되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환자의 목소리

생명을 살리는 ‘숨’에 귀 기울이다. 문지용 한양대학교구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COPD는 완치 개념이 없는 만성질환이지만 신경 써서 관리하면 평범하게 일상을 보낼 수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치료에 필요한 흡입기와 약제가 상당히 저렴한 편이다. 증상이 심각해지기 전에 발견하면, 더욱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약물치료만큼 비약물적인 치료도 중요하다. 그러자면 환자의 이야기에 더욱 귀를 기울여야 한다. 병을 알아내기 위해 하는 문진이 일상적인 대화로 이어지기도 한다. 다음 순서를 기다리는 환자를 생각하면 시간이 아쉽지만, 가끔은 환자가 별생각 없이 툭 던지는 말 속에 ‘힌트’가 숨어 있다.

“환자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호흡기 질환 외에 다른 불편함이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일례로 COPD 환자들은 불안이 많거든요. 흡연자가 많아 심장질환이 동반될 수도 있고요. 실제로 정신건강의학과나 심장내과에 진료 의뢰를 하는 일도 생깁니다.”

현재 그의 소명은 임상 현장에서 환자들을 만나는 일이다. 노령환자가 많은 만큼 했던 말을 반복해서 할 때가 많지만, 언제나 환자의 말에 공감하려고 노력한다. 그 덕분일까. 문지용 교수에게 진료를 받고자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항상 사람 좋은 미소를 짓지만, 의사로서의 원칙은 분명하다. 진단도 치료도 환자와 직접 소통하며 진행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보호자들이 의사 결정을 하는 일이 많아요. 폐암처럼 중한 병은 보호자들이 환자에게 알리지 말라고 당부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환자들이 의사결정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병의 예후를 직접 설명하고 치료 방법도 환자가 선택할 수 있게 하죠.”

흐흡기내과 전문의로 살아온 지 10년. 수많은 환자의 생로병사를 지켜보면서 그는 생명의 신비를 새삼 깨달았다고 전한다. 그래서 의식을 잃고 인공호흡기에 의지해 수명을 연장하는 환자들 앞에서 하는 한 마디에도 예의를 다하려고 한다. 사람을 진정으로 숨 쉬게 하는 것은 ‘희망’이기에. 그렇게 문지용 교수는 오늘도 환자들의 숨소리 하나에 관심의 촉을 세우고 있다.

2019.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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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기내과 - 문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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