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학교구리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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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학교의료원 의료진의 ‘喜怒哀樂’.
의사로 살아가는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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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는 자신의 생명을 환자에게 나누어주는 사람, 지용배 이비인후과 교수

지용배 한양대학교구리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불굴의 집념, 악착같은 도전은 지용배 교수의 트레이드마크다. 더 좋은 의사로 인정받고 싶다는 욕심이 지금껏 수많은 환자의 숨길과 목소리를 터줬다. 건강을 되찾는 환자들이 많아질수록, ‘좋은 의사’의 욕심은 끝도 없이 커진다.

글. 윤진아 사진. 김지원

지용배 이비인후과 교수

불굴의 치유로 숨길·목소리 튼다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공대에 진학해 과학자가 되는 게 꿈이었다.

“고3 때 우연히 동네 의사선생님을 알게 됐는데, 환자들의 아픈 곳을 치유해줄 뿐만 아니라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며 지역사회의 건강을 두루 살피는 모습이 정말 멋있어 보였어요. 나도 기왕이면 주변에 선한 영향을 미치는 구성원으로 살고 싶다고 생각했죠.”

한양대학교구리병원에서 ‘지역사회 건강 지킴이’ 역할을 자처한 지용배 교수는 의사가 천직이라고 말한다. 그는 두경부 종양, 갑상선 종양, 내시경 갑상선 수술, 음성 질환, PITA 편도절제술 분야 권위자다. 입, 코, 목 부분을 일컫는 두경부는 호흡기관 및 소화기관의 시작점이면서 숨을 쉬고, 냄새를 맡고, 말을 하고, 음식을 먹는 등 살아가는 데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매년 환자가 늘고 있지만 비교적 덜 알려져 있어 증상이 있어도 스스로 자각하지 못하는 암이 바로 두경부 종양이다. 지용배 교수는 이(입)·비(코)·인후(목) 중에서 목과 관련된 질환을 전문적으로 다룬다.

“목은 상대적으로 치료 범위가 넓고 까다로운 기관이에요. 뇌에서 몸으로 이어지는 12개의 신경과 주요 혈관이 모두 목을 지나는 만큼, 길고 험한 수술도 많죠. 수술 과정에서 사소한 실수만 있어도 얼굴 변형이나 마비 같은 후유증이 생기고요. 먹고 숨 쉬고 말하는 게 모두 목에 달린 만큼 완벽을 기하는 게 이비인후과 의사의 사명입니다.”

온 신경을 집중해 집도하다 보면 서너 시간이 훌쩍 지나있기 일쑤다. 10~15시간을 넘나드는 대수술을 반복하니 허리와 어깨, 목의 통증도 상당해서 ‘의사는 자신의 생명을 조금씩 나눠주는 사람’ 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가 자신의 건강을 내어주며 환자 치료에 두 팔을 걷어붙인 덕에 수많은 환자가 ‘절망’을 ‘희망’으로 바꿨다.

“10여 년 전 구강암 4기로 턱뼈를 다 절제해야 했던 60대 환자가 수술 전날 밤 겁먹고 도망가서, 보호자가 터미널까지 따라가 모셔와야 했어요. 오랜 수술 뒤엔 종종 정신착란 증세를 보이는 환자들도 있거든요. 이 분이 완치 후에 찾아와 쑥스러운 얼굴로 ‘형님이 가족의 은인을 위해 빚은 청자’라며 한사코 안겨주시는 데, 거절하기 어려워 혼났던 기억이 나네요.(웃음)”

두경부암 진단을 받은 환자가 느끼는 가장 큰 두려움은 기능 손실이다.

“말하고 먹고 소리를 내는 부분이다 보니, 수술을 해도 삼키고 먹고 발음하는 데 문제가 생길 거라는 걱정을 많이 하십니다. 수술을 거부하는 환자도 많고요. 항암제 등을 통해 사이즈를 줄이고 암을 도려내는 수술을 한 뒤 병리검사를 통해 방사선 치료를 하는 등 맞춤형 치료를 하면 효율적으로 암을 치료할 수 있습니다.”

지용배 이비인후과 교수

모든 생명에 보내는 경의

숱한 환자를 성공적으로 치료하면서 보람을 느껴왔지만, 정작 가슴에 사무치도록 기억에 남는 환자는 최선을 다했음에도 끝내 유명을 달리한 이들이다. 의사의 한계를 절감하게 하고 고통을 안겼던 경험들은 역설적이게도 지용배 교수로 하여금 더욱 뜨거운 숨을 불어 모으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스물일곱의 어느 밤, 기도 협착으로 응급실에 실려와 햇병아리 레지던트 곁에서 유명을 달리했던 한 할아버지를 생각한다.

“70대 후반의 환자가 당장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한 상태로 응급실에 들어왔어요. 내시경으로 확인하니 기도가 매우 좁아져 있어 기도 확장 시술이나 수술이 시급했죠.”

그러나 할아버지는 맥없이 돌아가셨고, 곁에서 홀로 분투하며 환자를 위해 기도하던 지용배 교수는 그 후로 오래도록 뼈저린 자책과 다짐을 곱씹어야 했다.

“만약 밤이 아닌 낮이었다면 응급실 밖에서 나보다 훨씬 실력있는 의사들이 좀 더 적절한 치료를 해주지 않았을까, 만약 그 날 밤 경험 많은 누군가가 옆에서 봐줬더라면 할아버지가 돌아가시지 않았을지도 모를 텐데…. 내 잘못이 아니라고 다들 위로했지만 쉬 잊히질 않더라고요. 수없이 반성했어요. 그 후로 어떠한 경우라도 환자의 생명과 관련된 일이라면 물러서지 않고 끝까지 책임지는 의사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했죠.”

아픈 이들을 대하는 모든 순간, 지용배 교수는 그 긴긴 밤 천 번도 넘게 보았을 할아버지의 얼굴을 떠올릴 터이다.

두경부 질환 치료 새길 연다

혹독하고도 긴 시간들을 버틸 수 있게 한 원동력은 이곳에 그가 찾던 바로 그 ‘존엄성’이 있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이비인후과 과장을 맡고 있는 지용배 교수는 “귀 분야 이승환 교수님, 코 분야 정진혁 교수님을 비롯해 학술과 임상 모든 면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전문의가 한 데 모여 애정을 갖고 진료하고 있다”며 “최선을 다해, 지역사회에 힘이 되는 의료기관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선포했다.

많은 환자를 보는 것보다 한 명이라도 더 정확하고 안전하게 치료받게 하자는 지용배 교수의 사명은 개원가와의 협업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한양대학교구리병원 이비인후과 의료진은 지역사회 개원의들과 분기별 세미나 및 연수강좌를 함께하며 돈독한 유대관계를 맺고 있다. 바쁜 일정 틈틈이 지역주민 건강관리를 위해 정기강좌를 열고 무료상담에도 나선다. 일분일초가 모자랄 만큼 숨 가쁘게 돌아가는 병원 일과를 마치면 밤늦게까지 연구에 매달린다. 2011년 대한갑상선학회 우수연제상을 수상한 지용배 교수는 대한이비인후과학회 구강암/인후두역류질환 표준화진료지침 간행위원이자 대한갑상선두경부외과학회 국제협력위원/학술위원에 몸담고 꼭 필요한 의술을 더 많은 곳에 전파하는 일에 힘을 싣고 있다.

“먼 훗날, 살갑게 보살펴준 주치의였다고, 자신의 일처럼 온 정성을 다해준 의사였다고 기억된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는 말로 또 한 차례 업그레이드될 한양대학교구리병원 이비인후과의 내일을 예고하는 지용배 교수. 질병과 더불어 인간을 고치고 나아가 사회를 더 건강하게 만들겠다는 그가 앞으로 또 얼마나 가슴 따뜻한 이야기들을 만들어낼지 궁금해진다.

지용배 이비인후과 교수 지용배 이비인후과 교수

2019.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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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비인후과 - 지용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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