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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관찰자는 외사시 환자? - 레오나르도 다 빈치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천재,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화가이자 조각가였고 발명가, 건축가, 해부학자, 식물학자, 도시계획가, 천문학자, 지리학자, 음악가였다. 다방면에 호기심이 넘치고 창조적이었던 그는 미술 유산 역시 상당수 남겼는데 21점의 회화와 10만 점에 달하는 소묘, 스케치가 있었다. 그리고 여기에는 천재에게만 허락된, 혹은 그를 천재로 만들어준 특별한 비밀이 있었다. 바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특별한 눈’이었다.

글. 임한웅 교수 한양대학교병원 안과

최후의 만찬, 1495~1497
<최후의 만찬, 1495-1497>

천재 화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

레오나르도 다 빈치레오나르도 다 빈치(1452~1519)는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은 바 없었음에도 의학, 공학, 미술 등 여러 분야에 걸쳐 두각을 나타냈다. 그로 인해 다 빈치는 ‘신적인 인간’ 또는 ‘다른 사람들은 다 자고 있는데 어둠 속에서 너무 일찍 깨어버린 사람’이라고 칭송 받았다. 그리고 얼마 전, 그 천재에 대한 새로운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조각과 회화에서 탁월한 입체 모양을 재현할 수 있었던 그의 신체적 특징에 대한 내용이었다.

런던 시티대학 크리스토퍼 타일러교수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조각과 유화 및 드로잉 작품을 분석하여, 2018년 10월 18일자 <미국의학협회 안과학지(JAMA Ophthalmology)>에 ‘그가 간헐적인 외사시(Intermittent Exotropic Strabismus) 경향을 보인다’는 증거를 제시했다. 타일러 교수는 다 빈치의 후기 자화상 1점, 안드레아 델 베로키오가 다 빈치 모델로 만든 조각상 ‘다비드’ 등 2점, 다 빈치가 자신의 모습을 투영했다고 알려진 그림 3점까지 총 6점을 분석한 연구에서, 특히 시선의 방향에 초점을 맞췄다. 각 작품의 동공, 홍채, 눈꺼풀 위치를 측정한 다음 각도로 변환해 보니, 여섯 작품 모두에서 외사시의 증거가 있다는 것이다.

타일러 교수는 여러 증거를 종합해 볼 때, 다 빈치는 때에 따라 눈이 바깥을 향하는 간헐적 외사시를 가지고 있었으며, 이로 인해 한쪽 눈만으로 보는 단안 시각으로도 전환할 수 있었을 것이라 고 했다.

그는 “다빈치의 눈으로 본 세상은 평평한 캔버스 같았을 것”이라 며 다 빈치는 일반인들처럼 3차원적인 입체로 세상을 보지 않았을 거라고 추측했다. 때문에 미술 작업을 할 때 더 수월했을 것으로 봤다. 편향된 눈을 억제함으로써 오히려 예술 작업에 도움이 된다는 분석으로, 보이는 물체나 얼굴의 3차원적인 양상 및 멀리 떨어진 야산의 풍경 심도를 잘 묘사하는 예술가들의 뛰어난 능력을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또 그는 “한쪽 눈으로 세계를 보면 캔버스에 그려지거나 칠해진 평면 이미지와 직접 비교를 할 수 있기 때문에 화가에게는 오히려 편리하다”고 설명했다.

렘브란트 등 역사상 여러 유명 화가들은 눈의 정렬이 어긋난 사시를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이처럼 눈꺼풀과 동공, 홍채의 위치로 눈 위치를 분석하여 사시 유무를 판단하는 것은 위험의 소지가 있다. 이와 같이 분석한다면 우리나라의 많은 갓난아이들은 모두 내사시로 진단할 수 있는데, 우리는 이를 눈꺼풀 때문에 흰자가 가려져 내사시처럼 보이는 가짜 내사시라고 부른다. 따라서 이번 연구를 통해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실제 외사시 환자인지에 대한 여부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사시인 간헐 외사시가 어떤 것인지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간헐 외사시란 무엇인가

모나리자, 15세기간헐 외사시는 눈의 긴장이 풀리는 상황, 즉 멍하거나 피곤 할 때 눈이 바깥쪽으로 돌아가는 경향(외편위)이 있는 사시 형태 중 하나다. 눈에 힘을 주고 집중하면 두 눈이 사물을 정상적으로 보는 것으로 관찰되지만, 긴장을 풀었을 때는 한 눈이 바깥으로 빠지게 되고 그로 인해 미용적인 문제나 또는 사물이 두 개로 보이는 복시가 발생할 수 있다.

간헐 외사시가 있으면 얼굴을 마주 보고 말하는데 눈이 다른 방향을 쳐다보는 것으로 보여 상대방에게 집중하지 못한다고 생각되거나 눈 모양이 이상하게 느껴질 수 있어 대인 관계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간헐 외사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사시 질환이다. 외편위 현상이 어쩌다 한 번, 가끔 발생하는 탓에 얼핏 보기에는 사시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쉽다. 눈의 외편위는 피곤하거나 감기나 열이 있을 때, 졸릴 때 주로 나타나고, 성인의 경우 술이나 안정제를 섭취했을 때 잘 나타난다.

눈이 피로하거나 장시간 독서를 할 때에는 눈모음에 따른 두통, 복시, 시력장애 등을 호소할 수 있다. 하지만 자각증상을 느끼는 경우가 많지 않은데, 최근에 생긴 사시를 제외하고 대부분 잘 발달된 억제기전에 의해 복시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간헐 외사시와 동반된 약시는 간헐적인 양상으로 심하지 않고, 입체시 기능은 간헐 외사시 환자가 융합조절력을 잃으면서 저하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외사시 환자들은 빠른 교대 주시로 정상 입체시가 가능하다.

간헐 외사시 환자는 사시가 진행하는 양상, 즉 외편위량과 융합 능력을 관찰한 후 치료 여부를 평가해야 한다. 환자에 따라 다르지만 외편위량이 15프리즘디옵터 이하는 문제가 되는 경우가 드물고, 외편위량이 20~25프리즘디옵터 이상이고 융합 능력이 떨어져 외사시가 자주 나타날 때 수술적 치료를 고려하게 된다. 매우 큰 외편위를 보이는 간헐성 외사시 환자들의 경우 치료방법이 없다고 생각하고 지내는 경우가 많은데 사시 수술은 비교적 안전한 수술이며, 경과가 양호한 편이므로 간헐적으로 눈 모양이 이상하다고 생각되는 경우 사시 전문의사의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2019.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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