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학교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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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묻고 사랑을 답하다. 캄보디아 의료봉사활동 수기

Love, Life |한양대학교의료원 안팎에서 펼쳐지는 아름다운 나눔과 사회공헌 활동을 소개합니다.

“행복하세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만나면 습관처럼 물어보는 ‘식사하셨어요?’와 같이 캄보디아 사람들은 서로에게 행복한지 안부를 묻는다. 국민의 약 1/3이 학살된 킬링필드라는 아픔을 지녔지만 그들에겐 서로의 행복이 곧 안부요, 희망이다. 한양대학교 동문사회봉사단 ‘함께한대’는 그 물음에 답하기 위해 지난 7월 5일 캄보디아로 떠났다. 그리고 함께한대의 일원 중 한 명인 추현식 한양대학교병원 16층 병동 간호사가 나눔의 현장에서 생생한 희망의 목소리를 전해왔다.

글. 추현식 한양대학교병원 16층 병동 간호사 / 사진. 함께한대

희망을 준비하는 설렘

소식지_9-10_-017 여름휴가를 어떻게 보낼지 고민하던 6월의 어느 날, 병동1팀장님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올해 함께한대에서 해외 의료봉사활동 참가자를 모집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평소 봉사활동에 관심이 많던 저는 망설임 없이 의료봉사활동에 지원했습니다. 함께한대 4기 해외봉사단은 의료봉사팀, 건축팀, 한양시네마팀, 영유아교육팀으로 구성되어 2014년 7월 5일부터 13일까지 총 8박 9일간 캄보디아 시하누크빌 지역에서 봉사활동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속한 의료봉사팀은 외과, 내과, 피부과, 치과, 간호팀으로 나뉘었습니다. 6월 초부터 매주 모임을 갖고, 준비 상황을 점검하고 의견을 조율해 나갔습니다. 5명의 간호사와 한양대학교 간호학부 3학년 학생 2명으로 구성된 간호팀은 캄보디아 주민의 보건교육을 위해 크메르어로 팜플렛을 제작하고 필요한 물품을 준비했습니다. 그렇게 모든 준비를 마친 7월 5일, 함께한대는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으로 출발했습니다. 5시간이 넘는 비행을 마치고 프놈펜 국제공항에 도착해 밖으로 나오는 순간 동남아시아 특유의 습하고 더운 공기가 캄보디아에 도착했다는 것을 온 몸으로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함께한대는 공항에서 다시 버스로 5시간을 달린 끝에야 시하누크빌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오랜 이동으로 몸은 지쳐있었지만 설레는 마음만은 감출 수 없었습니다. 소식지_9-10_-020

하루 200명, 그들에게 사랑을 전하다

소식지_9-10_-018의료봉사팀은 캄보디아 시하누크빌에서도 1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가야 만날 수 있는 ‘빵따뿌롱’ 마을로 향했습니다. 첫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의료봉사팀이 온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마을 주민들은 진료를 받기 위해 줄지어 모여있었습니다. 열악한 상황이었지만 하루 200명을 목표로 진료를 시작했고, 캄보디아 라이프 대학의 간호학과 및 조산학과 4학년 학생 10여 명이 원활한 소통을 위해 통역을 도왔습니다. 첫날은 치과의 인기가 가장 높았습니다. 치과에서는 발치 환자에게 칫솔을 나누어주며 양치질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의료봉사팀은 개인위생 교육도 잊지 않았습니다. 많은 사람이 개인위생에 대한 무지로 질환을 예방할 수 없었고, 가난때문에 쉽게 치료할 수 있는 질환들을 방치해 악화시키고 있었습니다.

Let’s help Chuuny!

소식지_9-10_-021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는 ‘Chunny’라는 남자 환자였습니다. 교통사고로 오른쪽 다리가 골절되어 현지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지만 결과가 좋지 않아 만성골수염으로 진행된 상태였습니다. 첫 진료에서 거즈로 덮인 상처부위를 보는 순간 의료진 모두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하얀 뼈를 드러낸 정강이는 이미 감염된 상태였고, 그대로 방치하면 얼마 되지 않아 사망까지 이를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었습니다. 이봉근 한양대학교병원 정형외과 교수님께서는 하지 절단이 현실적인 치료라고 하셨지만 환자는 당장 수술을 위해 수도 프놈펜으로 갈 여비조차 없었습니다. 함께한대 단원들과 라이프 대학은 봉사 마지막 날 모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이곳에 함께 온 봉사단원들의 모금액과 라이프 대학 측의 후원을 통해 Chunny는 다행히 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작은 마음이 모여 한 생명을 살리게 된 것입니다. 소식지_9-10_-019의료봉사팀은 8박 9일간의 일정 속에서 약 800여 명의 빵따뿌롱 마을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진료를 받기 위해 오랜 시간을 걸어온 사람도 있었고, 오랜 시간을 기다린 사람도 많았지만 그들 중 어느 누구도 불평하지 않았습니다. 주어진 삶에 감사할 줄 아는 그들의 마음가짐을 경험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 짧은 일정이었지만 캄보디아에서 보고, 느낀 것들을 회상하며 많은 생각에 잠겼습니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태어나고 성장해, 간호사라는 직업으로 일하는 것에 더욱 더 감사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나비의 작은 날개 짓이 지구 반대편에 폭풍우를 일으키는 것처럼 함께한대가 캄보디아에 남기고 온 작은 나눔이 언젠가는 거대한 희망으로 돌아오길 소망합니다.

2014.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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