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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암 치료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다. 권성준 외과 교수, 위암 수술 집도 3,000례 돌파

권성준 교수의 위암 수술 집도 증례 수가 3,000례를 넘어섰다. 권 교수는 한국을 대표하는 위암 수술 권위자다. 27년간 위암을 평생의 과제로 삼고 달려온 권성준 교수를 만났다.

글. 윤진아 사진. 김지원

위암 치료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다

권성준 외과 교수, 위암 수술 집도 3,000례 돌파

위암 치료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다27년간 수술장을 묵묵히 지키며 칼을 들어왔다. 하루에도 몇 시간씩 집도해 나갔던 긴 시간들이 높고 장한 탑을 쌓았다. 1992년 6월 부터 집계한 권성준 교수의 위암 집도 증례 수가 지난 10월 3,000례를 달성한 것. 위암 수술의 대가로 알려진 권성준 교수는 한양대학교병원에서 인턴·레지던트 과정을 마치고 1988년 한양대학교병원 외과 전임강사로 발령받았다.

위암 치료를 전공분야로 정하고 일한 지도 어느덧 27년이 지났다. 권성준 교수는 “위암 수술 집도 3,000례 달성은 내가 이룬 것이 아니라 세월이 쌓아준 수치”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수술도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예상치 못했던 결과에 고개 숙이고 가슴 저려 했던 시간도 있었다. 지금껏 희비의 쌍곡선 위를 3천 번 이상 오르내린 셈이다. 그 경험은 그를 더욱 긴장하게 하고, 폭넓은 대비를 하게 했다. 수많은 기록 가운데 가장 영예로운 기록은 따로 있다.

“병원에서 제일 먼저 출근해 환자 손을 잡아주는 의사가 되고 싶었어요. 30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 6시 30분이면 병원에 나와 7시에는 회진을 돌았죠. 가능하면 환자 곁에 있는 보호자용 의자에 걸터앉아 환자의 손을 잡고 이야기하고요. 잠시라도 눈높이를 맞추고 이야기를 나누고 일어서면 환자들의 눈빛이 한결 편안해졌다는 걸 읽을 수 있어요.”

위암 수술은 암 진행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위암은 진행할수록 점막 층에서 장막층 쪽으로 파고들고, 주변 림프절로 전이되거나 혈관을 따라 다른 장기로 이동해 원격 전이될 수 있다. 초기 위암이면 내시경 절제를 시행한다. 원격 전이나 복막 전이 등의 소견이 확인된다면 항암화학요법을, 그 외의 경우에는 수술적 절제를 우선적으로 고려한다. 수술 치료는 위의 부분 또는 전체를 절제하는 것뿐 아니라 주변 림프 조직을 포함해 위암 조직을 복부로부터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기본 개념이다. 섬세함과 집요함, 투지를 두루 갖춘 권성준 교수는 수술실에서 누구보다도 따뜻한 주치의로 알려져 있다.

“맹장 수술같이 비교적 간단한 수술이라도 수술실로 들어오는 환자의 얼굴은 예외 없이 긴장으로 가득하죠. 그런데 암에 걸려 수술받는 환자들의 마음은 얼마나 복잡하고 불안하겠어요? 게다가 수술받을 부위를 탈의한 상태로 을씨년스럽기까지한 수술실에 들어오면 마스크와 수술복으로 무장한 마취과 의사, 외과 전공의, 간호사 등등 많은 의료진이 각자의 역할을 하느라 바쁜 모습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환자가 제일 보고 싶고, 또 안심 받고 싶은 사람은 바로 자신을 수술해줄 집도 교수일 겁니다.”

위암 치료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다

위암 치료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다지금도 적지 않은 수술방에선 환자가 이미 깊이 마취된 상태에서 집도 교수가 등장하곤 한다. 숨 돌릴 틈 없이 바쁜 의사들이지만, 권성준 교수는 “주치 교수가 조금만 더 일찍 들어와 환자의 손을 잡아주고, 자신이 기다리고 있었음을 알려주며 걱정 말라고 다독여준다면 그 따뜻한 말 한마디가 환자의 맥박수를 정상으로 떨어뜨려줄 것”이라고 단언했다. 다시 쓰는 기록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암이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건 의료계에 남은 큰 숙제다. 2018년 4월, 권성준 교수는 2010년 대한암학회 학술대회에서 ‘로슈 암학술상’을 수상했다. 권성준 교수는 수상논문을 통해 제4기 위암환자에게 근치적 수술 후 보조적 항암제 투여가 생존율 향상에 의미가 있음을 통계적으로 분석했다.

“제가 자랑스러워하는 건 실질적으로, 그리고 즉각적으로 환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연구물을 쉬지 않고 발표해왔다는 겁니다. 일례로 3년 무병 생존율과 5년 전체 생존율을 비교 분석하고 둘 사이에 큰 차이가 없음을 밝혀 내, 종전보다 2년 일찍 새로운 치료법의 긍정적 판단기준으로 쓸 수 있게 했는데요. 하루가 시급한 암 환자 입장에선 2년 단축이라는 것은 보통 반가운 소식이 아니죠.”

권성준 교수는 평소 학생들에게도 ‘논문을 위한 논문’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환자 입장에서 고민하는 의사가 되라고 강조한다. 외과에 실습 나온 학생들을 대상으로 매일 임상 증례에 대한 막간 과외도 진행한다. 아침 회진이 끝나고 수술 들어가기 전까지 약 30분간 여러 임상적 문제들에 대한 질의응답을 하며 짧게 주어진 정규수업의 부족함을 보완하는 것이다. 의료 인문학 강의도 활발히 하고 있다. 인간을 연구하고 지켜야 할 가치를 찾는 인문학이야말로 임상 의사가 꼭 지녀야 할 소양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암 완치 후 건강한 여생을 보내다 생을 마감하신 환자의 가족에게서 뜻하지 않은 연락을 받은 적이 있어요. 그 분이 눈 감기 전에 평생 신세졌던 은인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해달라고 하셨다는데, 자신을 수술하여 28년을 더 살게 해준 제 이름을 제일 먼저 거명했다고 하더군요. 환자들의 삶에 대한 의지와 다양한 희로애락을 지켜보며 저도 끝없이 배우곤 합니다.”

위암 치료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다

위암 수술 환자의 아들에게서 받은 절절한 편지도 잊히지 않는다. 일평생 연탄을 팔아 자신을 키워주신 아버지가 병석에 든 모습에 가슴이 찢어지면서도, 그 아버지를 위해 이른 아침부터 오후 늦게까지 꼬박 수술하는 권성준 교수에게 “세상에서 가장 성스러운 일을 해줘 감사하다”는 말로 가슴을 뻐근하게 했다.

수술실로 들어가는 권성준 교수의 수술복 주머니에 본인이 소중히 지니고 다니던 금반지를 넣어주며 ‘최선을 다해 엄마를 살려달라’고 애원하던 딸의 그렁그렁한 눈도 선명하게 떠오른다. 일종의 부적처럼 수술에 온 힘을 다하게 해준 그 반지는 환자가 건강하게 퇴원하는 날 자신이 쓴 손편지와 함께 금반지를 돌려줬다. 권 교수는 금반지를 내민 효도를 통해 많이 배웠다며 사람들이 더 건강하고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의사로서의 도전을 멈추지 않겠다고 전하며, 새로운 기록을 예고하기도 했다.

“위암 외과 분야는 우리나라 의료진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침묵의 암으로 불리는 위암은 국내 사망 원인질환 3위에 속하는 만큼 많은 분들이 두려워하는 질환인데요. 조기발견과 조기치료에 항시 관심 두고 생활한다면 너무 걱정하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더욱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오래오래 영위할 수 있도록, 저희 한양대학교병원 의료진도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

2020.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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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암 , #명의 , #위암수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