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서른, 아홉> 정찬영의 췌장암
정리. 한양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최성지 교수
마흔을 앞둔 세 여자의 우정과 삶을 그린 드라마 <서른, 아홉>이 인기리에 종영했다. 극 중 정찬영이 걸린 췌장암은 흔히 ‘불치의 병’이라고도 말할 정도로 생존률이 낮은 질환이다. 하지만 병 자체는 다른 암종과 특별히 다를 것이 없다.
문제는 초~중기 증상이 없어 대체로 말기에 발견된다는 점이다. 평소 세심한 건강 관리를 통한 조기 발견만이 췌장암 생존률을 높이는 유일한 방법이다.
세 친구의 우정을 그린 드라마 <서른, 아홉>이 화제다. 7살 때 좋은 환경의 가정으로 입양되어 남부러울 것 없이 살아온 차미조. 꿈꾸던 연기 생활을 하게 된 찰나 췌장암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은 정찬영. 소심한 성격 탓에 매일 똑같은 일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김지현. 고등학교 2학년 때 우연한 계기로 만난 세 사람은 삶의 모든 것을 공유하는 절친한 사이다.

사진 출처. JTBC 홈페이지
피부과 병원을 개원하느라 받은 대출을 모두 다 갚은 날, 차미조는 두명의 친구들 앞에서 1년 간의 안식년을 선포한다. 그러던 중 병원으로 아줌마 무리가 들이닥친다. 차미조가 자신의 남편을 꼬드긴 내연녀라는 것. 하지만 사실 불륜을 즐기고 있는 사람은 따로 있었다. 바로 정찬영. 그녀가 내연녀가 된 데에는 꽤 긴 사연이 있다. 20대 시절, 배우가 꿈이었던 찬영은 촬영 첫날 사고가 나면서 꼬이기 시작했다. 이 사건을 남자친구였던 진석의 탓이라고 생각하며 그와 헤어진다. 이후 유학을 다녀온 진석은 다른 여자와 결혼을 한다. 한국에 돌아와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운영하던 그가 찬영에게 소속 배우들의 연기지도를 부탁하며 둘은 재회한다.
애틋한 감정이 오가는 사이, 찬영은 ‘췌장암 말기’라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게 된다. 찬영에게 닥친 비보에 세 친구들은 마음 아파하지만, 곧 이전의 쾌활함을 되찾기로 한다. 눈꼽만한 생존가능성에 기대 병원에서 남은 생을 보내기 보다는, 남은 시간이라도 더 즐겁고 행복하게 보내기로 한 것이다.
세 친구와 함께 하는 투병기 아닌 투병기를 그린 드라마 <서른, 아홉>. 실제로 동갑인 손예진, 전미도, 김지 현의 찰떡궁합과 연기력, 탄탄한 스토리 라인으로 많은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췌장암은 췌장에 발생하는 악성종양으로 중요하면서 치명적인 질환이다. 국내 암 발생율의 8위(3.2%)를 차지하고 있어 암 중에서 빈도수가 높은 편은 아니지만 여러 매체에서 다루어지고 특히 드라마에도 자주 등장하는 질환인데, 그 이유는 췌장암이 그 무서운 암들 중에도 더 무섭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췌장암이 무서운 이유
첫번째로 췌장암은 전형적인 증상이 없고 효과적인 검진방법이 없어 조기에 진단이 어렵다. 췌장암으로 인한 증상에는 황달 또는 복통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많은 환자들은 비특이한 증상으로 내원하게 되는데, 다시 말해 무증상이거나 뚜렷한 증상이 없이 내원 하는 경우들이 많다. 따라서 대개는 진행된 경우에 진단을 받게 된다.
췌장암의 완치를 위한 치료방법은 수술밖에 없으며, 이는 국소· 원격 전이가 없는 경우에만 가능하다. 진단 시, 약 50% 환자들은 이미 원격 전이가 있는 상태로, 그리고 30~35%는 국소 전이가 있는 상태로 발견되어, 결국은 나머지 10~15%만이 수술을 받을 수 있는 상태이다. 게다가 췌장은 복강의 후복벽에 있는 장기로 췌장암 수술은 개복수술을 하게 되기 때문에, 환자의 나이 및 전신상태 등을 고려할 때 수술이 가능한 환자는 그보다 더 적다. 수술이 어렵다면 항암치료를 고려하게 된다.
두번째는 췌장암의 5년 생존율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진단이 어렵거나 늦어져도 효과적인 치료방법이 있다면 완치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국내 암 발생율 1위인 갑상선은 빈도수는 높지만 5년 생존율이 100%에 달할 정도로 높으며, 유방암이나 전립선암 또한 5년 생존율이 90%를 넘는다. 하지만 췌장암의 경우 효과적인 항암제들이 개발되었음에도 20년 전에 비해 5년 생존율은 약 3.3% 증가한 13.9%에 불과하다. 이는 10대 암종 중 최하위로 우리가 췌장암을 무서워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고위험군은 주기적 검사 필요
췌장암에 뚜렷한 증상은 없으나 잘 알려져 있는 증상으로는 복통, 황달, 체중감소 등이 있다. 이러한 증상이 있다면 건강검진, 혹은 병원 내원을 통해 진찰이 필요하고, 투약 등에도 호전이 없다면 의료인 상담을 통하여 CT, MRI 등을 이용한 정밀검사가 필요하다. 췌장암의 위험인자로는 흡연력, 당뇨병, 가족력, 만성췌장염 등이 가장 잘 알려져 있으며, 그 밖에도 고령, 과한 음주, 비만, 과당음료, 포화 지방산 등이 알려져 있다. 만약 영상검사에서 췌장암이 의심된다면 이를 확인하기 위한 조직검사, 전이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PET-CT 등의 추가검사가 필요할 수 있으며, 자가면역성 췌장염 등 다른 질환들과의 감별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소화기내과 최성지 교수 바로가기]